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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10th Assembly in Pusan(WCC 제 10차 총회)/WCC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오해

Ⅱ.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오해 - 6.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하는가? 모든 종교들 안에는 구원이 있는가?(WCC의 정체)

WCC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오해


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

Ⅱ. WCC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오해

6.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하는가? 모든 종교들 안에 구원이 있는가?


우리 기독교인들은 가정과 마을과 같은 로컬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의와 평화와 창조세계 보전이 요청되는 국가와 나라들과 같은 글로벌 차원에서도 타종교들과 이념들과 문화의 문제들로 대화가 필요한데,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두 가지가 꼭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나는 “상호 신뢰와 각 참여자의 정체성의 온전성에 대한 존중에 기초한” 대화를 위하여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 하지 말지니라.”이고 둘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제2부 C. 17)1고 하는 말씀을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본 문서는 ‘대화’를 통하여 복음이 ‘증언’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진실로 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을 가지고 대화에 들어갈 때, 흔히 대화의 관계에서 신빙성 있는 증언을 위한 기회가 주어진다.”(제2부 C. 18)고 한다.2 다시 말하면, 본 문서는 ‘대화’와 ‘증언’을 이원화하지 않고, 대화를 통하여 증언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3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힌두도인이든 각자가 “상호 신뢰와 각 참여자의 정체성의 온전성에 대한 신뢰”(a mutual trust and a respect of the integrity of each participant's identity)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를 포함하는 모든 종교들이 각각 자신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바아르 성명은 제Ⅰ장 서론에 이어서 제Ⅱ장에서 창조주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만유와 모든 사람들과 모든 종교들 안에 현존하신다고 하는 사실을 말하고, 제Ⅲ장은 하나님의 아들의 성육신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만유와 모든 사람들과 모든 종교들이 포함되었고, 공관 복음서의 하나님 나라 역시 만유와 모든 사람들과 모든 종교들을 포함한다고 하는 보편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제Ⅳ장은 성령께서 만유와 모든 사람들과 모든 종교들 안에 현존하신다고 가르치고 있다.4 결국 본 문서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만유와 모든 사람들과 모든 종교들 안에 실존하시고 계신 것으로 보고 있는 점에서 1980년대까지의 ‘그리스도 중심적 보편주의’와 ‘기독론적 배타성’을 넘어섰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종교간 대화 지침서’와 마찬가지로 바아르 성명은 종교간 대화의 출발점과 구원론의 원천을 철저히 기독교적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초월적인 창조주 아버지 하나님과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역사와 창조 안에 내재하신다고 하는 확신은 타 종교들 자체가 구원의 원천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아버지 하나님과 성령이 구원의 원천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앞에서 논한 기독론(제2항과 제3항)은 ‘불교, 힌두교, 아프리카의 정령신앙 등’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 “구원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창조세계에게 제공되었다.”(탐바람 Ⅱ) 하지만, “우리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에 대한 사명은 결코 포기될 수 없다.”(멜보른, 188) 이것은 역설과 긴장이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이외의 그 어떤 다른 구원의 길도 가리킬 수가 없다. 그런데 동시에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능력을 제약할 수는 없다.”(산 안토니오, Ⅳ. 26)에서 우리는 오직 ‘복음’을 통한 구원의 길을 확보하면서도, 복음전도(evangelism)와 타종교들과의 대화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는 사실을 발견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긴장에서 타 종교 그 자체가 구원을 제공하거나 그 안에 구원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복음’이 그것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온 인류를 자기 것으로 삼으시고(성육신) 모든 인류의 죄와 죽음을 한 몸에 걸머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 역시 그것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보편성을 주장한다. 삼위일체론도 마찬 가지이다. 즉,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저들에게 보편적으로 현존하시고 사역하신다고 하는 것 역시 그것의 특수성을 전제하는 보편성이다. 이는 어디 까지나 타 종교들과의 관계에서의 기독교의 자기이해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특수와 보편의 역설로서의 기독교의 근본진리를 믿지만 세상 사람들은 아직 그것을 믿지 않는다. 사실은, ‘살아있는 모든 종교들’이 나름대로 각자의 특수성에 근거한 보편성을 주장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종교적 다원성과 기독교의 자기이해」는 구원이란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며 전통 기독론적이고 정통 삼위일체론적인 ‘복음’(본 문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환대에 집중하고 있지만)을 믿음과 사랑과 희망으로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구원이란 하나님, 오직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고 하는 사실을 말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구원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구원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구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것에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가 구원을 받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것을 하나님의 섭리에 내 맡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들 자신의 구원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베풀어 주신 하나의 영원한 환대에 다름 아니다.5


대체로 WCC의 구원론은 펠라기우스주의를 따르지 않고 2000년에 선포된 로마가톨릭교회 루터교 세계연맹의 ‘칭의 교리에 대한 공동선언문’(Joint Declaration on the Doctrine of Justification, 1999.10.31)에 나타난 주장을 따르고 있다. 2002년엔 세계 감리교 역시 이 문건에 서명 날인하였고, 우리 개혁교회 역시 이에 대하여 전혀 이의를 제기할 것이 없다 하겠다. WCC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2005)에서 이렇게 언급하였다.

교회란 도덕적 성취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통한 은혜로 의롭다함을 받음에 의존한다. 로마가톨릭교회와 루터교 두 공동체의 분열로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던 바, 최근에 이 두 공동체가 자신들을 분열시킨 주 된 교리인 이신칭의 교리(혹은 의화교리)의 핵심적인 측면들에 대한 합의에 도달한 것은 교회일치를 위해서 중차대한 일이다.6 도덕적인 헌신과 공동의 행동이 가능하고 심지어 교회의 삶과 존재가 지닌 본유적인 것으로 주장될 수 있는 것은 신앙과 은혜에 근거한 것이다.”(Ⅳ.113)



©연합뉴스, 몇해 전인 2011년 5월 24일 교황청 종교간대평의회 의장인 토랑 추기경이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7대 종교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었다.


  1. 19) Guidelines on Dialogue with People of Living Faiths and Ideologies. Geneva, WCC, 1979.
  2. 20) Guidelines on Dialogue with People of Living Faiths and Ideologies. Geneva, WCC, 1979.
  3. 21) 참고: Wesely Ariarajah, The Bible and Peoples of Other Faiths(Geneva: WCC, 1985), 39-47: 저자는 초기 교회의 ‘선포’는 주로 복음을 유대인들에게 이해시키려는 과정에서 사도행전적인 복음증언의 스타일이고, 바울은 대체로 이방인 교회 공동체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복음을 이방인들에게 이해시키려는 과정에서 ‘선포’도 중요시하였으나, 대체로 ‘대화’의 형태를 많이 보여주는 경향이었다고 한다.
  4. 22) http://www.oikoumene.org/resources/documents/wcc-programmes/intewrreligious-dial
  5. 23) Religious Plurality and Christian Self-Understanding(2006. 2. 14). 본 문건은 2002년 중앙 위원회에서 신앙과 직제, 종교간 관계, 그리고 선교와 전도 위원회의 스태프 및 그들 각각의 위원회들과 자문기그들에게 제안된 내용에 응답하는 연구과정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 문건은 WCC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아니다.
  6. 24) 참고: Joint Declaration on the Doctrine of Justification, The Lutheran World Federation and the Roman Catholic Church, English language edition, Grands Rapids, Michigan and Cambridge, UK, William B. Eerdmans, 2000; 인터넷상으로는 http://www.elca.org/ecumenical/ecumenicaldialogue/romancatholic/jddj/declaration.html.; 이형기 교수가 각주에 첨부한 주소로는 페이지를 찾을 수가 없다고 나와서 블로그 운영자가 이미로 루터교 홈페이지에서 관련자료를 찾아 링크를 걸었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언급한 각주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