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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10th Assembly in Pusan(WCC 제 10차 총회)/WCC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오해

Ⅱ.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오해 - 5. 정현경은 성령을 거부하였는가?(WCC는 이단인가?)

WCC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오해


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

Ⅱ. WCC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오해

5. 정현경은 성령을 거부하였는가?


1991년 캔버라 WCC의 전체 주제는 “성령이여 오소서, 전 창조세계를 다시 새롭게 하소서”였다. 성령초대의 기도로써 전 창조세계의 갱신을 기원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하부주제들도 성령으로 시작한다. 제1분과는 ‘생명의 부여자이시여, 당신의 창조세계를 지탱하소서!’였고, 제2분과는 ‘진리의 영이시여, 우리를 자유케 하소서!’였으며, 제3분과는 ‘일치의 영이시여, 당신의 백성을 화해시키소서!’였고, 제4분과는 ‘성령이시여, 우리를 개변시키시고 거룩하게 하소서!’였다. 캔버라는 전통적인 삼위일체론적인 성령론에 바탕 하여 성령의 만유현존을 주장하였다.(S. Ⅰ. Ⅰ. A. 1)( S.Ⅰ. Ⅰ. A. 2)1


정현경 교수의 초혼제정현경 교수의 초혼제


그런데 위와 같이 성령을 전체 주제와 소주제들로 내세운 캔버라는 두 사람으로 하여금 전체주제에 대한 ‘기조연설’(keynote speech)을 하게 하였다. 한 사람은 알렉산드리아와 범 아프리카 동방정교회의 총대주교인 파르테니오스(Parthenios)였고, 다른 한 사람은 정현경 박사였다. 그런데 정교회 사람은 정통 삼위일체론과 정통 기독론과 정통 성령론을 주장하였다.

WCC 총회들의 주제들은 그 동안 성 삼위일체 하나님의 제2 위격이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와 관련되어 왔다. 그러나 호주 대륙에서 모이는 이번 총회에서 우리는 이번 대회의 주제가 성 삼위일체 하나님의 제3 위격이신 성령이 될 것을 결의하였다.(S. Ⅱ. 2)


즉, 파르테니오스는 내재적 삼위일체 하나님으로부터 경세적 하나님께로 하향하는 삼위체론에 입각한 성령론을 주장한 것이다. 특히, 본 총회에서는 성령의 관계적 독립성 그리고 ‘영 그리스도론’이 부각되면서 정교회의 삼위일체론이 지배적 이었다. ‘영 그리스도론’이란 예수님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되사, 말구유에 나시며 성령으로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고, 성령으로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셨으며, 성령으로 갈릴리 사역을 수행하셨고, 성령으로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성령으로 부활하신 분이시라고 하여, 창조와 역사에 보편적으로 현존하시고 사역하시는 창조자 하나님의 영(루아흐 야훼)이 이처럼 예수님의 모든 지상사역들에 선행하셨고, 동행하셨으며, 오늘날 창조와 역사 속에도 보편적으로 현존하시고 사역하신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예수께서 부활승천하신 후,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오순절에 파송해 주신 기독론적 성령론(서방교회의 성령론)과 구별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현경은 ‘해방신학’, ‘민중 신학’, 그리고 ‘한(恨)의 신학’ 입장에서 혹은 ‘경험의 세계’로부터, 혹은 아래로부터 솟아나는 ‘영 그리스도론’에 입각한 성령론’을 주장하다가, 정통 서방교회의 기독론적 성령론으로부터 너무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초혼 굿의 형식을 빌려서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으로 억압받고 소외되었으며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탄식과 울부짖음을 성령의 목소리와 동일시하였기 때문이다. 그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

'' 우리의 믿음의 조상들(창 21:15-21)인 아브라함과 사라에 의하여 착취를 당하였고 버림을 받은 이집트의 흑인 여성 하갈의 영혼이여!
'' ... 중략 ...
'' 예수 탄생 시 헤롯왕의 군인들에 의하여 살해된 남자 아기들의 영혼이여!
'' 잔 닥과 중세시기 동안 마녀심판으로 화형에 처해진 많은 다른 여성들의 영혼이여!
'' 십자군 전쟁 때 죽은 모든 사람들의 영혼이여!
'' 식민주의 시대와 기독교 이방선교 시기 동안에 대량 살상된 토착민들의 영혼들이여!
'' 홀로코스트 동안 가스실에서 죽임을 당한 유대인들의 영혼들이여!
''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서 원폭으로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영혼들이여!
'' ... 중략 ...
'' 광주와 천안문광장과 리투아니아에서 탱크에 깔려 죽은 사람들의 영혼들이여!
'' 매일 같이 죽임을 당하는 아마존 우림의 영혼들이여!
'' 인간의 물질과 금전에 대한 탐욕으로 강간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여 착취를 당하는 땅과 공기와 물의 영혼들이여!
'' 피비린내 나는 걸프전에서 지금 죽어가고 있는 흙과 공기와 물의 영혼들이여!
'' 십자가에서 고문을 당하셨고 죽임을 당하신 우리의 맏형 해방자 예수님의 영혼이여!2


정현경 박사는 위의 서론에 이어서 3주제를 다루었다. “1. 한(恨)으로 가득 찬 이 영혼들과 함께 하는 성령의 땅에서. 2. 바벨의 영으로부터 오순절의 성령으로. 3. 회개에 대한 부름: 하나의 ‘생명의 정치적 경제’를 향하여”를 다루었는데, 각 주제의 끝 부분에서 위로부터 오시는 성령과 위와 같은 아래로부터의 영혼들의 부르짖음을 연결시켰다. 3번째 주제의 끝 부분만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성령의 에너지로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는 분열의 담들과 ‘죽음의 문화’를 무너트리십시다. 우리는 성령의 생명의 정치적 경제에 동참하여, 모든 생명체들과 연대하여 이 땅 위에서 우리의 생명을 위하여 싸우고 JPIC를 위한 공동체들을 건설하십시다. 성령의 거친 바람이여 우리게 불오 오소서! 우리는 그녀를 영접하여, 그녀의 거친 삶의 리듬에 동참하십시다. 성령이여 오소서! 전 창조세계를 새롭게 하소서.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현경 박사의 성령론은 위에서 제시한 삼위일체론의 틀에서 벗어나 있고, 기독론에 정위되어 있지 않으며, 교회론 및 구원론과도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고, 그리고 종말론과도 무관하여,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하겠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그녀의 성령론의 의도와 목적과 달리, ‘혼합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에큐메니칼 운동 전체를 통해서 볼 때, 특히 WCC의 종교간 대화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그녀의 주장은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확실한 것은, WCC가 ‘혼합주의’(syncretism)를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WCC는 혼합주의의 위험성을 언급한다. “의식적으로든 혹은 무의식적으로 든 타종교들로부터 취해진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자료로 제3의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 위험성인데(나이로비 WCC), 나이로비는 혼합주의의 위험성을 좀 더 넓게 본다며(제2부 C. 26), 두 가지 위험성을 덧붙인다. 하나는 기독교의 메시지를 대화 상대방의 문화적인 셋 팅이나 타종교들과 타 이념들의 개념들과 용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너무 과도하게 나감으로써 기독교 신앙과 삶의 신빙성을 타협해 버리는 위험성이다.” 둘째 위험은 “하나의 살아있는 신앙을 자신의 고유한 언어로써가 아니라 타 신앙 혹은 이념의 용어로써 해석할 때 생기는 위험부담이다.(제2부 C. 27)4 이는 학문성과 대화의 원칙에 근거하여 볼 때 합당하지 않다. 이를 상론하면 아래와 같다.

이런 식으로 기독교는 자기 자신을 하나님에 대한 어떤 다른 접근의 한 변형체라고 봄으로써 ‘혼합주의화’ 될 수 있고, 혹은 기독교 이외의 신앙이 기독교인들이 충만한 것으로 알고 있는 자신들의 신앙내용의 부분적인 이해에 불과하다고 할 때 역시 ‘혼합주의화’할 수 있다.(제2부 C. 27)




  1. 15) Signs of the Spirit: Official Report. Seventh Assembly, ed. Michael Kinnamon(Geneva: WCC, 1991).
  2. 16) Ibid., 38-39.
  3. 17) Ibid., 46.
  4. 18) Guidelines on Dialogue with People of Living Faiths and Ideologies. Geneva, WCC,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