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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10th Assembly in Pusan(WCC 제 10차 총회)/에큐메니칼 운동과 WCC의 신학적 의미

4. WCC에 대한 오해와 바른 이해1 (WCC 가입교회)

에큐메니칼 운동과 WCC의 신학적 의미



박성원 (前 영남신학대학교 교수, 前 WCC중앙위원)


4. WCC에 대한 오해와 바른 이해(1)


WCC에 대한 한국교회의 이해는 다양하다. 예장통합, 기장, 감리교회, 구세군, 복음교회, 정교회, 로마 카톨릭 교회 심지어 최근에는 오순절 교회도 에큐메니칼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이나 WCC에 대해 반대하는 교단들도 있는 것 같다.


한국교회 일부의 WCC에 대한 오해에는 미국의 극우적 반공주의자이자 근본주의자인 멕킨타이어의 영향아래 WCC를 용공주의, 자유주의로 몰아세운 것과 7,80년대 군사정권아래 WCC가 한국의 인권과 민주화에 대한 지원을 한 것을 보고 군사정부가 WCC는 사회선교에만 관심을 두는 정치집단이라는 일방적 매도의 영향이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최근에 와서는 종교간의 대화 때문에 다원주의라고 몰아세우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비난이 정당한가는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떤 교회나 기관의 입장을 확인할 때는 그 기관의 공식입장에 근거해야 한다. 한 교단 안에 다양한 신학적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그 교단의 공식적 입장은 교단적 차원에서 표명한 공식입장에 근거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WCC는 정치참여를 강조하는 진보적 신학,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 전도와 교회성장은 등한시하는 자유주의 운동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일부 보수적 교회의 주장들에 대해 살펴보자. 먼서 한국장로교회의 분열의 원인이 되었다는 WCC의 교회론에 대해 알아보자.


가. WCC 교회론

WCC가 한국장로교회의 분열의 원인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WCC가 세계 단일교회 형성을 지향한다는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1957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제42차 총회에 보고된 에큐메니칼 연구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친선과 협조를 위한 에큐메니칼 운동은 과거에나 현재에도 참가하여 왔으니 계속 참가하기로 하되, 단일교회를 지향하는 운동에 대하여는 반대하기로” 결정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WCC가 세계 단일교회를 지향한다는 것은 당시에도 오해였고 지금도 오해이다.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창설된 WCC는 협의회(The Council)의 성격, 협의회와 회원교회와의 관계 등과 같은 많은 문제에 대해 전부 답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문제들을 1950년 카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WCC 중앙위원회에 넘겼다. 토론토 중앙위원회는 이 문제들을 논의하고 “교회, 교회들, 그리고 세계교회협의회”(The Church, the churches and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란 성명서를 채택했는데 “토론토 성명서”(Toronto Statement)라고 알려진 이 문서는 이후 세계교회협의회의 성격과 교회론 이해에 중요한 문서가 되었다. 이 문서는 지금도 WCC의 교회론과 협의회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교과서적 문서이므로 WCC교회론을 이해하려면 이 문서를 잘 이해함이 필요하다.


이 문서는 “WCC가 아닌 것”(What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is not)과 “WCC의 기초가 되는 강령들”(The assumptions underlying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에 대해서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이를 보면 WCC가 무엇은 추구하고 무엇은 추구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먼저 “WCC가 아닌 것”으로 다섯 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1. 세계교회협의회는 단일교회(Super Church)도 아니고 결코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2. 세계교회협의회의 목적은 교회간의 연합을 협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교회간의 연합은 (연합을 원하는) 교회의 주도로 교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일뿐 (세계교회협의회가 하는 일은) 교회들이 서로 접촉하고 교회 일치 문제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촉진하는 일이다.
3. 세계교회협의회는 특정한 교회 개념에 기초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세계교회협의회는 교회론적 문제를 예단하지 않는다.
4. 세계교회협의회의 회원이 된다고 해서 그 회원교회가 자기 교회의 개념을 상대화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5. 세계교회협의회의 회원이 된다고 해서 교회 일치의 본질에 관한 어떤 특정한 교리를 수용해야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명서는 “WCC가 아닌 것”이란 첫 번째 항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세계교회협의회는 단일교회(super church)도 아니”고, “세계교회(world church)도 아니”고, 사도신경에서 말하는 “하나의 거룩한 교회(Una Sancta)도 아니”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WCC가 단일교회를 지향한다는 것은 순전히 오해였다. 토론토 성명서에 따르면 WCC가 단일교회를 지향한다는 오해는 한국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닌 것 같다. 토론토성명서는 이런 오해에 대한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해가 일어나므로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WCC는 교회적 구조(ecclesial structure)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교회적 치리를 행하지 않는다. WCC가 교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회간의 연합을 협상할 수도 없고 결정할 수도 없다.


©Peter Williams/WCC, WCC 10차 총회 일치 주제 회의


WCC는 어떤 특정한 신학이나 특정한 교회개념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오해도 있다. 보수교회는 WCC를 진보적 신학의 산실이라고 보고 있지만 정교회쪽에서는 WCC가 너무 프로테스탄트 신학과 교회론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나 하는 오해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 때문에 WCC는 정교회와 WCC의 관계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WCC안에는 한국의 보수적 교회 이상으로 보수적인 회원교회도 많이 있다. WCC안에는 시대적 정황에 따라 어떤 특정 교회론이나 신학의 목소리가 높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 다른 교회론과 신학들이 대화하고 토론하는 곳이지 어떤 특정 신학과 교회개념을 규정하는 곳은 아니다.


토론토성명서는 이렇게 ‘WCC가 아닌 것’을 밝힌 다음에 무엇이 WCC를 지탱하고 있는 강령인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1. WCC 회원교회들은 대화를 하든지 협력을 하든지 교회의 공동증언을 하든지 모든 것은 그리스도가 교회의 거룩한 머리라는 공동의 인식에 근거해서 해야 한다.
2. WCC 회원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는 하나라는 신약성경에 근거하고 있다.
3. WCC 회원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의 일원됨이 자기의 특정한 교회의 일원됨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자기 교회밖에 있는 교회로서 역시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고백하는 교회들과 살아있는 교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4. WCC 회원교회는 타 교회들과 신조에서 고백하는 거룩한 공교회가 가지는 관계성을 서로 고려할 과제로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각 회원교회들이 타 교회들을 반드시 자기 교회가 생각하는 순수한 교회라는 의미에서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5. WCC 회원교회는 다른 교회에도 진정한 교회의 요소들이 있음을 서로 인정한다. 이 상호인정은 다른 교회 안에 있는 진정한 교회의 요소들이 결국은 온전히 진정한 교회에 대한 인정과 그 온전히 진정한 교회에 근거한 일치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서로 진지하게 대화에 들어갈 것을 고려한다.
6. WCC 회원교회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교회들이 어떤 증언을 주님의 이름으로 하도록 부름 받고 있는지 서로 배우기를 갈망하며 서로 협의할 용의가 있다.
7. WCC에 함께 회원이 된다는 더 실천적 의미는 모든 회원교회는 서로 연대하며 서로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며, 이런 행동을 하기를 주저한다면 이는 형제적 관계와 합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8. WCC 회원교회는 서로 영적 관계 속에 들어가 서로 배우며 서로 도와주어 그리스도의 몸을 굳건히 세우고 교회의 삶이 갱신되도록 한다.


이 WCC의 기초 강령들을 다 종합하면 결국 WCC에 가입하여 회원이 된다고 해서 WCC가 규정하는 어떤 획일적인 교회론으로 흡수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회원교회는 자기 교회가 믿고 있는 교회론과 치리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다른 교회를 모두 부정할 것이 아니라 다른 교회들안에서 진정한 교회의 요소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교회에게도 부과하신 주님의 사명을 확인하고 성부 성자 성령이 맡기신 사명을 함께 감당하는 거룩한 교제를 하자는 뜻이다. WCC가 밝히는 교회가 가지는 보편성(Catholicity)과 교회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2006년도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채택된 교회론 문서인 ‘하나의 교회로의 부름’(Called To be the One Church)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잘 정리되어 있다. “각 교회는 보편적 교회이며, 보편성의 단순한 일부가 아니다. 각 교회는 보편적 교회이나 그 보편성의 전부는 아니다. 각 교회는 그 교회가 다른 교회들과 (거룩한 교제로) 연결될 때 비로소 그 보편성을 성취하는 것이다.(Each Church is the Church catholic and not simply a part of it. Each church is the Church catholic, but not the whole of it. Each church fulfills its catholicity when it is in communion with the other churches.)


이와 함께 기초 강령 중에 주목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우리가 각각 속한 교단보다 더 크다.”는 제3항이다. 이 말은 우리가 속한 교단은 상대적이지 절대적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만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서로 상대적인 교회들이 대화하며 교제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의 거룩한(Una Sancta)교회를 바라보며 ‘함께 거하고(Stay Together), 함께 기도하고(Pray together), 함께 일하고(Work together), 함께 봉사하며(Serve together), 함께 자라자(Grow together)’는 것이 WCC의 정신이다.


©Peter Williams/WCC, WCC 10차 총회 일치 주제 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