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게 쓰는 편지

2014.09.01 09:00

2014년 오이코스 여름학교가 끝나며 참가자들이 메시지를 준비했습니다. 3박 4일동안 모여서 함께 웃으며 생각을 모으고 공감을 나눴습니다. 그 결과가 아래에 있습니다.






성경과 함께 생명정의평화의 순례를 떠나며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

안녕하세요? 

저희는 2014년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장성 한마음자연학교에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지키기 위한 신학을 추구하는 오이코스 신학운동이 개최한 오이코스 여름학교에 참가한 학생과 교수들입니다. “성경과 함께 떠나는 생명정의평화의 순례”란 주제로 열린 금년 여름학교에서 지금 우리 사회와 교회에 대한 우리의 성찰을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나누고자 이 편지를 띄웁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소외된 자의 편에서 예언자적 선포로 민족의 아픔을 함께하며 희망을 주려고 노력해온 공동체였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한국교회는 우는 자와 함께 울기보다는 권력과 재물을 가진 자편에 서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아파하고 고통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 한국교회는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시급히 동행해야 할 때입니다.


2014년 봄(春, spring)은 긍휼이 필요한 피울음을 봄(觀, seeing)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며 우리의 탐욕을 생명과 맞바꾸어 왔던 현실을 보았습니다. 

4대강 개발을 통해 찢겨진 생태계의 피울음도 들었습니다. 


밀양 송전탑이 사람에게도 환경에게도 무자비하게 건설되는 것을 통해 약자와 자연의 피울음을 들었습니다. 


핵무기와 핵발전이 주는 거짓된 평화 속에서 위협당하는 모든 잠재적 피폭자의 피울음을 보았습니다. 

또한 군대 폭력 사건을 통해 공동체의 사랑과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져 고통 받고 있는 자의 피울음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아픔 가운데 우리 한국교회가 ‘네가 어디에 있느냐’는 하나님의 물으심 가운데 응답하며 나아가고 있는지 진솔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들은 오늘의 우리 한국교회가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우리 한국 교회가 우리의 기준대로 이웃을 선별하고, 그들을 단순히 수혜자로 만들어 주변인으로 소외시켜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이웃을 선별할 것이 아니라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의 이웃이 되셨던 예수님을 제대로 따라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요?


죽은 아들로 인해 슬픔에 빠져있던 나인성 홀어머니의 이야기는 세월호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회 속에서 한국 교회가 감당할 일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나무에 올랐던 삭개오,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었던 혈루병 여인, 큰 소리로 예수님을 불렀던 바디매오의 이야기는 한국교회를 향한 이웃들의 울부짖음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제는 이웃을 찾지 말고, 이웃의 요청에 응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웃에게 말하지 말고, 이웃의 목소리를 들어보아야겠습니다. 


이제는 가만히 있지 말고 이웃과 함께 생명정의평화의 순례를 해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이들의 피울음을 들으셨고, 응답하셨으며, 함께 걸으셨습니다. 


우리 한국교회 주변에는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 


몸살을 앓고 있는 4대강, 


밀양송전탑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과 무너진 생태계, 


핵개발의 기만으로 죽음의 여행을 하는 이들, 


비인간적인 폭력에 노출되어있는 군인들.


그리고 구조적인 불의와 가난과 폭력에 짓눌린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지체들이 흘리는 피울음과 신음에 함께 울며 긍휼을 가지고 이들의 이웃이 되는 거룩한 발걸음을 함께 떼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이들의 요청에 응답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들은 이번 오이코스 여름학교에서 우리의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먼저, 세월호 사건이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 생존자들의 요구에 따라 투명하게 해결될 때까지 그들과 함께 연대할 것. 


둘째, 4대강 개발의 폐해에 대해 교회 공동체에서 함께 나누며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대해 함께 성찰할 것. 


셋째, 밀양 송전탑 건설과 핵발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미래세대와 창조세계를 위한 복음을 이야기하고, 주민들과 함께 연대할 것. 


넷째, 생태계의 파괴를 아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삶을 모색할 것. 


다섯째, 군대 내 폭력 재발방지를 위해 지역 군부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장병들과 연대하고, 형제애가 있는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하고 행동할 것.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위해 한국교회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교역자와 성도님께서 진심어린 눈물로 기도할 것. 


저희들은 신학도로서 한국교회 공동체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며 하나님의 생명과 정의,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성경과 함께 이 순례의 길을 떠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실천들을 통해 고통 받는 그리스도의 지체들과 그들과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나아가는 것이 이 아픔의 시대에 우리가 응답해야 할 기도이며 증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생명정의평화의 순례길을 우리 한국교회 모든 그리스도인들, 특히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함께 떠나실거죠? 


하나님께서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우리의 순례길을 인도하실 것임을 믿고 떠나는 이 순례길이 아픔과 불의와 폭력과 죽임의 세상을 하나님의 생명과 정의, 평화가 가득한 하나님의 나라로 인도할 것입니다.


2014년 8월 21일

장성에서 오이코스 여름학교 참가자 일동 올림





하율이 아빠 Oikos/Oikos Sch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