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WCC 10차 총회를 참석하고

WCC 10차 총회를 참석하고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나는 몇 년 전부터 오이코스 신학운동을 통해서 에큐메니칼 신학을 접해왔다. 또한 오이코스 신학운동을 통해서 들은 에큐메니칼 신학의 큰 어울림의 장이라는 WCC 총회를 기다려 왔었다. 그리고 KETI(Korea Ecumenical Theological Institute) 참자자의 일원으로 세계교회사에 남을 WCC 10차 총회에 전체 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이제 총회가 끝난지 2주가 되어 가고 있다. 과연 나는 이번 WCC 총회를 통해서 무엇을 배웠을까? 그 생각을 조금 정리해 보려고 한다.


WCC와 오해

한국교회가 WCC 총회를 유치했을 때 교회의 반응은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갈렸다. WCC는 종교다원주의, 동성애, 일처다부제, 용공주의 등을 수용하고 그것을 널리 장려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려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물론 WCC는 이러한 것을 허락하고 장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포털사이트에 가서 ‘WCC란’으로 검색을 하면 온통 잘못된 정보로만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 서울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본 사람보다 더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나는 작년 2012년 좋은 기회가 있어서 두 번의 큰 에큐메니칼 대회에 스튜어드로 참석을 했었다. 하나는 CWME(세계선교와 복음화 위원회)의 사전 총회였고 다른 하나는 제 7회 아시아 신학자 회의였다. 두 대회 모두 반대자들이 WCC를 향해 지적한 것들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아침기도와 성경공부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기도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분명 반대하는 사람들은 WCC와 에큐메니칼 신학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반대를 하거나, 알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같다.


이번 WCC 총회는 세계 각지에 떨어져 있던 자매, 형제들이 모여 예배, 기도, 성경공부를 하였던 기간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이후 시작 된 기독교는 2000년 이라는 시간을 흘려 보냈다. 세계 각지로 퍼져간 교회는 정착한 곳의 문화와 결합을 하면서 그곳의 문화를 반영을 하며 성장해왔다. 여러교회가 세계 각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그 모양을 각기 제각각이었다. 얼굴과 손 외에 신체의 다른 곳을 노출하지 않는 복장을 입고 터번을 착용한 정교회 사제들로 부터 편안한 청바지 차림의 개신교 목사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은 정말 다양했다. WCC를 찬성하는 측은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반대하는 측은 자신의 교회만을 인정해서 인지 이를 보고 혼합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 정교회처럼 2000여년 정도의 긴 역사를 가진 교회가 한국장로교처럼 120여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진 교회를 보았을 때 비판하지 않았다.



©하율이 아빠


WCC 총회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되고 있을 때 벡스코 앞까지 오셔서 반대를 하시는 분들을 보았을 때 한국교회의 낮은 수준에 창피함을 느꼈고 또 초청한 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WCC kills church’등 피켓을 들고 일인 시위를 하시는 분들부터 한쪽에 무리를 지어 앉아서 찬송과 통성기도를 하며 사탄의 세력이 물러가라고 외치는 분들, 폐회 예배 때 단상에 올라가 회개하라 외치다 제지 당하신 분을 보면서 앞으로 성숙을 위해서 한국교회가 가야 할 길이 멀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율이 아빠


WCC와 생명, 정의, 평화

이번 WCC 10차 총회는 1961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3차 총회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린 총회이다. 한국에서 아시아 두 번째 총회가 열린 배경에는 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 잡고 있다. 기독교의 중심 축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옮겨 가고 있고 오순절 교회가 세계교회의 하나의 큰 축으로 성장을 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 신자유주의, 지구촌 곳곳의 분쟁 등에 대해서 교회의 책임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총회가 열렸고 이러한 상황에서 WCC는 30년 만에서 새로운 선교문서(함께 생명을 향하여: 기독교의 지형 변화 속에서 선교와 전도)를 발표하였다.


1983년에 밴쿠버 총회에서 채택한 선교문서(선교와 전도)가 기독론 중심이었다면 이번 부산 총회에서 채택한 선교문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틀 안에서 성령의 선교와 생명을 강조하는 점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복음의 우주적 범위, 선교와 전도의 중심축의 이동, 신자유주의 맘몬 숭배에 대한 대응, 복음과 종교간 대화의 문제"등은 이번 문서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들이다. 이제 선교는 인간 영혼 뿐만 아니라 온 피조물을 넘어 온 우주를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 총회 때 열린 선교 주제회의를 참석을 하면서 선교의 범위가 인간을 넘어서 온 우주로 확장이 된다면 이제 선교는 조직신학 같은 존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먼저 열린 아시아 주제회의에서 다뤘던 내용을 이미 선교에서 다루고 있었고 또한 계속해서 다뤄야 할 여러 주제들의 내용이 이미 선교 주제회의 때 어느정도 다뤄졌다.


선교 주제회의 때 발제자로 나선 남미 오순절 교회 출신의 세실리아 난하리 목사는 남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명 경시현상, 인신매매, 성폭행 등을 설명을 했다. 특히 성폭행에 관한 사건은 언론사들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단순한 기사일 뿐이라고 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원인이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 다가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교회는 성경은 받아 들였지만 여성은 받아 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여전히 교회는 이런한 문제들을 논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실리아 난하리 목사는 남미는 생명이 존중 받지 못하고 있는 대륙이라고 말하면서 소비적인 자본주의와 개발지상주의는 복음과 거리가 먼 것이며 선교는 이러한 것들을 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CC


선교 주제회의 만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정의 주제회에서는 아프리카에 일어 나고 있는 HIV와 AIDS에 감염된 사람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때 말라위 출신의 19살의 쉘린 음뷸라 양은 “나는 환자이지만 내 아이는 AIDS에 감염 되지 않기를 원하며 이것 때문에 차별 받지 않기를 원한다.” 라고 말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박수와 공감을 보내주었다. 평화 주제회의때 이화여대 장윤재 교수는 핵발전소의 사용의 여부는 핵무기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수위의 위험이며 이것이 평화 뿐만아니라 생명까지 위협을 한다고 했다. 폐회 예배 때 설교자로 나온 남아공 성공회 마이클 랲슬리 신부는은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다 남아공 정부로부터 테러를 당해 두 손이 없고 한쪽 눈은 실명을 당했다. 이러한 분이 정의와 평화에 대해서 설교를 할 때 듣는이의 마음이 울지 않을 수 없었다.


©WCC


아시아 주제회의 또한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 언급되었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모여사는 대륙,전세계 종교의 요람인 대륙, 그러나 부정의, 전쟁, 고의적 생명 파괴, 신자유주의로 인해 수 천년 동안 지켜온 차이의 존중과 조화가 무너지고 있는 곳이 아시아라고 했다. 때문에 공동체의 화해가 깨지고 인종, 종교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이러한 문제에 도전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금 당장 한국에서는 일어나고 있지 않는 문제들도 있었지만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책임감과 아픔을 느꼈다.


©WCC


이번 WCC 10차 총회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무너지고 있는 생명, 정의, 평화에 대해서 교회가 어떻게 응답을 해야 할 지를 제시하였다. 생명이 존중 받지 못하고 있는 곳에서 생명을 살려야 하고, 정의가 무너지고 있는 곳에서 정의를 세워야 하며, 평화가 깨진 곳에서 다시 평화를 이뤄야 한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핵문제에 대한 WCC의 입장을 정할 때 한국, 일본교회와 영국교회의 입장이 달라 핵문제에 대한 WCC의 입장이 결정되지 못하고 내년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나는 이번 총회가 거대한 담론을 형성한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지역교회가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만들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WCC


WCC와 나

에큐메니칼 활동가를 꿈꾸는 나로서는 이번 WCC 10차 총회는 정말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해주었고 또 많은 비전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교회가 세상을 향해서 어떠한 일들에 책임을 져야 할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매일 매일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특별히 선교 주제회의가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면 아시아 주제회의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 아시아인입니다. 아시아인 모두가 나의 형제이며 자매이며 가족입니다.” 작년 여름 아시아 신학자회의 때 스튜어드로 참석을 하면서 느낀 것이다. 이번 WCC 10차 총회를 참석하면서 또 다시 한번 느꼈다. 아시아 주제회의 때 발제자로 나선 분들은 하나같이 아시아 문화, 종교, 다양성, 그리고 신자유주의로 인한 피해를 이야기 했다. 내가 누구를 위해서 또 어디에서 어떻게 사역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


앞으로 다음 총회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8년 뒤 어떤 이슈가 우리 앞에 놓이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열심히 에큐메니칼 신학운동에 헌신하여 하나님의 집(oikos)를 잘 돌보고 싶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