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학앎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의 증언 문서에 대한 해설(WCC와 종교다원주의)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의 증언

해설: 한국일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주제의 배경

다종교사회현상은 20세기 중반부터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는 현상이다. 아시아 지역은 본래부터 다종교사회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서구사회는 313년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기독교사회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단일 기독교 문화와 전통을 조성한 사회였다. 또한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이슬람과의 십자군 전쟁의 경험은 타종교를 적대적 관계로 간주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었다. 불교나 힌두교 역시 19세기 식민지 경험을 통하여 기독교보다 열등한 종교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다른 종교가 유럽사회와 기독교에 중요한 의제로 등장한 것은 20세기 중반의 식민지 시대의 종식이었다. 이때부터 서구사회는 전통적 기독교 사회가 세속주의로 인해 붕괴되면서 동시에 외부적으로 과거 식민지 국가로부터 이주민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다종교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유럽 어디를 가든지 모스크를보는 것은어려운 일이아니며 시크성전이나 불교사원을볼 수 있게 되었다. 유럽과 서구사회는 전통적 기독교사회에서 다종교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19세기의 “위대한 세기”에 기독교는 다른 종교인들을 기독교인의 선교활동이나 개종의 대상으로 인식하였고 그들의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의 필요성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종교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살고 있다. 1991년 제1차 골프 전쟁이 후 세계는 종교간 대립과 갈등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세계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한스 큉(H. Kueng)이 언급한 바와 같이 종교가 오늘날 세계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역설적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종교간 평화가 수립되어야 하며, 종교간 평화를 위해서는 종교간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한스 큉의 전제는 오늘의 세계종교현실을 간명하게 설명하는 테제가 되 었다.


이런 세계상황의 변화에서 기독교 선교는 다른 종교를 더 이상 선교의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기존의 선교관이나 종교이해에 전환을 가져오도록 요청받고 있다. 또한 선교활동에서 증언과 함께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반적 이해처럼 기독교와 타종교간의 대화가 기독교 증언을 대체하거나 약화시킨다는 우려는 정당한 평가가 아니다. 물론 대화의 종류에 따라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하는 대화도 존재하지만 모든 대화가 다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하고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세계상황이 선교에 앞서서, 또는 선교를 위해 먼저 종교간 평화로운 공존이 전제되어야 하며, 기독교 선교 역시 종교간 평화를 구축하는 일과 무관하게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교와 종교간의 대화의 관계에 대한 선교학적 정립이 필요하다.


2011년 WCC와 카톨릭 주교회의, 복음주의연맹의 세 교회가 함께 5년간 연구하여 발표한 문서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 증언: 행동을 위한 지침”은 위에서 언급한 세계현실을 반영할 것이다. 신학적으로 교리적으로 서로 만나기 어려운 세 교회가 그것도 매우 민감한 기독교와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함께 논의한 것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다. 이 문서가 오늘 세계교 회가 다종교사회에서 직면하고 있으며, 기독교 선교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하여 어느 정도 대안을 제시하였는가는 각 교회가 처한 입장과 신학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먼저 문서가 제시한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한 후 그 내용에 대한 평가와 함께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문서의 이해

1) 기독교증언을위한기초

문서는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 증언을 위한 기초로 7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1번은 기독교신앙의 증거태도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희망에 대한 증언은 특권이지만 그것을 전할 때 가져야 할 태도는 종교적 우월감이나 공격적 태도나 배타적 자세가아니라 다른 사람을 향한 친절함과 존경심으로 할 것을 말한다.

2-3번은 기독교 증거의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임을 진술하면서 증언방식에서는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야 할 것을 말하고 있다.

4번은 다종교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이웃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그들을 향한 복음의 증언 안에 대화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언과 대화는 서로 상충하거나 상반되지 않음을 밝힌다.

5번은 상황에 따라 복음증거가 금지되거나 생명의 위협을 당할 정도로 박해받는 곳이 있다. 그러나 복음증거는 박해상황에서도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세계교회들이 연대적 관계를 형성하여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6번은 기독교 선교방식의 적합성과 적절성에 대한 진술이다. 때로는 선교활동이 가시적인 결과나 개종의 숫자에 비중을 두게 될때 과거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것같이 강제적 수단이나 물질을 사용한 회유와 같은 부적절한 방식을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런 방식은 증언하는 복음의 내용과 전하는 방식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7번은 선교에서 회심사건이 중요한데 종종 회심이 기독교 복음을 전하는 사람 자신에게 있는 것같이 행동할 때가 있다. 그러나 진정한 회심은 회심은 전하는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복음을 듣는 사람의 내적외적 환경과 과정을 통하여 은밀하게 일하는 성령에 속한 것임을 인정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회심을 기대할 수 있는데 그것은 성령의 역사에 속하기 때문이다.


2) 원리들

문서는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 증언에 기초하여 선교를 수행할 때 12가지의 원리들을 따를 것을 권면한다.

1번은 기독교의 증거는 항상 하나님의 사랑에서 출발해야 함을 말한다. 사랑이야 말로 기독교 증거의 가장 근본적인 동기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랑 외에 교회의 자기중심적인 다른 요인들이 동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선교와 복음증거는 언제나 사랑에 기초해야 한다.

2번은 기독교 증거방식을 예수의 삶과 행동으로부터 본을 받아야 할 것을 강조한다. 종종 복음서에 예수의 말씀은 강조하지만 말씀을 전하는 예수의 모습을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독교 증거의 모범인 예수의 삶과 행동이야 말로 모든 선교사와 복음증거자가 따라야 할 본이 된다.

4번은 기독교 증거활동과 선교 이해의 차이에 따라 오는 선교활동의 범위에 관한 진술이다. 신학적 차이에 따라 복음전도와 사회봉사와 실천이 서로 다른 내용으로 분리되어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복음전도를 사회봉사보다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복음전파에 비하여 사회봉사가 소홀하거나 간과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사회봉사가 있다고 해도 언제나 복음전도의 도구나 방법으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복음의 내용이나 예수 그리스도의 실천에 따르면 복음전도와 사회봉사는 분리되지 않는 선교의 다른 면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6번은 기독교 역사에서 선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수용하거나 합법화한 적이 있다. 특히 타종교에 대하여 기독교의 이름으로 강제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독교 증거활동에서 어떤 유형이나 종류의 폭력도 거부할 것을 강조한다. 복음의 핵심이 사랑이기 때문에 진리를 사랑 안에서 증거해야 한다.

7번은 모든 선교활동은 종교적 자유를 존중하는 상황에서 진행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때로는 종교가 정치나 인종, 문화에 의하여 왜곡되거나 오용되기도 한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면서 인권을 유린하는 사건이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기도 한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허용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분명한 거부의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8번은 기독교 증거활동은 복음의 가치가 제시하는 정의, 평화, 공동선을 위하여 모든 사람들과 연대하며 협력할 것을 말한다. 기독교는 인류의 평화와 정의로운 삶과 같은 공동선을 위해 다른 종교들 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9번은 복음과 문화의 관계에 대한 진술로서 복음이 문화를 변혁하는 힘이 있지만 동시에 문화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복음이 더 풍부하게 이해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자기 문화적 상황 안에서 복음을 듣고 이해하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같은 복음을 들을지라도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양한 전통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 서로 다른 문화전통을 가진 교회들과 상호존중, 상호배움의 관계에서 협력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10-11번은 기독교 증거활동에서 자신의 신앙을 전할 뿐 아니라 다른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증거에 대해서도 존중하면서 들을 수 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증언은 대화를 포함하며 병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증거와 대화와 서로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고 있다. 증거의 결과로 종교를 바꾸는 개종사건은 당사자가 충분히 자유로운 양심의 상태에서 결단하도록 존중하고 기다려야 한다.

12번은 아홉째 기독교는 세상의 평화와 공동선을 위해 기꺼이 다른 종교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종교간 협력을 위한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관계 형성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2. 평가

1) 세계교회협의회, 카톨릭 교회 주교회의, 세계복음주의 연맹의 세 교회기관의 연합으로 작성된 본 문서의 의도나 방향성은 훌륭하다. 사실 세계교회협의회 안에서 신학적인 주제에 대한 일치된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구나 뜨거운 감자와 같은 종교의 주제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논의하거나 어떤 통일된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 쉽지 않다. 그런데 문서 작성에 참여한 세 교회 기구들은 서로 신학적 입 장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함께 5년간 연구한 끝에 본 문서를 완성하여 세계교회 앞에 발표한 노고를 치하한다. 그러면서 문서가 내포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한다.


2) 기독교 증거활동에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태도를 언급할 때 공격적이거나 배타적 태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아직도 종교적 우월주 의가 선교의 동기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다른 종교나 종교인에 대하여 친절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다. 증거의 내용을 한마디로 함축하면 하나님의 사랑인데 증거하는 태도나 방식은 그것과 상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교현장에 대하여 갖는 문화적 우월주의, 종교적 우월주의는 과거 제국주의 시절에 볼 수 있는 태도인데 종종 이런 태도를 선교의 열정과 혼돈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3) 문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독교 증거의 핵심 내용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증거하는 내용의 핵심일 뿐 아니라 그의 삶과 방식에 있어서도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복음서에서 예수의 말씀을 주목하고 있지만, 그의 삶이나 증거방식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무어보다 세상에서 무시당하는 작은 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사랑하고 포용하는 예수님의 태도를 본다면, 우 리는 세상에 존중하지 못할 사람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예수님의 선교 방식을 교회 선교의 모범으로 삼고 따르도록 연구할 필요가 있다.


4) 선교에서 가시적 업적이나 결과를 강조하려고 할 때 개종인의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열정이나 업적주의적 선교에서 발생하는 것은 복음을 인격적 관계에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수단과 방법이 적절하지 않음 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선교현장의 사람들을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으로 인격적을 대하기 보다 선교의 대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문서는 이 주제와 관련하여 회심이나 개종은 선교과정에서 당연히 기대하는 바이지만 그것은 선교하는 사람들이나 교회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성령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임을 강조한다. 즉 종교의 자유가 존중되고 보장된 상황에서 복음을 들은 사람이 스스로 결단하도록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5) 타종교인과 연대나 대화를 선교의 범주에서 말하고 있다. 보수적 입장에서 타종교인과 공존, 대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종교다원주의와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인이 소수자로 존재하는 아시아 지역의 경우 다른 종교인들과 평화로운 공존, 대화는 일상적인 삶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선교활동의 전제이다. 그러나 한국상황에서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종교인과 정의, 평화, 사랑의 실천과 같은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대화하며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위해 선교학적 근거가 좀더 분명히 제시되면 좋겠다.


6) 비판적 평가를 하면 본 문서는 무거운 주제를 단순하고 짧은 내용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주제를 다룰 때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나 논의 를하지못하는 것이 한계라고 볼 수 있다.기독교의 증거에 대화가 포함된다는 진술은 타당하지만, 구체적으로 증거와 대화가 어떻게 나타나며 관계를 갖는지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종교간 대화를 언급하였지만 대화는 일상적 대화, 공동선을 위해 협력하는 대화, 진리의 대면을 위한 대화, 종교다원주의적 대화 등 여러 유형의 대화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대화에 대한 부정적 질문을 가진 사람에게 충분한 내용이 되지 못하고 있다.


7) 다른 종교간 만남과 대화, 협력은 필요하지만 선교활동에서 그것이 갖는 한계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각 종교가 서로를 존중한다는 점은 무시하거나 우월주의적 태도를 갖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다른 면으로는 각 종교가 가진 특수한 요소나 내용들을 인정한다는 점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간 대화가 단지 공통적 요인이나 유사한 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점도 언급해야 하며 여기에서 진정으로 서로의 종교적 특성을 존중하는 일이 실현된다.


8) 또한 종교간 대화와 협력에도 불구하고 판넨베르크가 진술한 바와 같이 각 사람 이 추구하는 진리가 보편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종교는 당연히 선교적 종교가 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있다. 그럴때 각 종교들은 서로의 진리를 들을 뿐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자유도 허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진리의 대면이 발생하는데 결과는 문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령의 자유로운 역사에 달려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WCC, 아사아 주제회의 때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는 필리핀 공연팀 떼아뜨로 에큐메니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