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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앎

모두의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 행동촉구의 부름(WCC 문서)

모두의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 행동촉구의 부름

Economy of Life, Justice and Peace for all: A Call to Action

주제성찰: 정의


1. 문서의 배경


이 문서는 2006년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열린 제9차 총회가 폐막하면서 AGAPE 과정의 후속작업을 계속하기로 결의한 데 그 뿌리를 두고 있다. AGAPE는 인간과 생태를 중시하는 대안적 지구화(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 and Earth)의 약어이다.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는 AGAPE 문서를 중심으로 지구 차원에서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AGAPE 과정을 종결하지 말고 이를 계속할 것을 촉구하는 "AGAPE - A call to love and action"이라는 문서를 채택했다.이렇게 해서 추진되기 시작한 AGAPE 과정의 후속작업은 WCC가 주도한 PWE 프로그램의 틀에서 진행됐다. PWE 프로그램은 가난(poverty)과 부(wealth)와 생태계(ecology)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포괄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면서 가난을 척결하고, 부의 축적에 도전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PWE 프로그램은 종교,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지속적인 대화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었고, 대륙별로 조직된 연구 모임과 협의회들을 통하여 전개 되었다. 그리하여 2007년 탄자니아 다레쌀람에서 아프리카 협의회, 2008년 과테말라에서 라틴아메리카 - 카리브 협의회, 2009년 치앙마이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협의회, 2011년 캘거리에서 북미 협의회가 순차적으로 열렸고, 2012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는 AGAPE 과정을 기리는 지구 포럼이 열렸다. '모두의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 행동촉구의 부름'은 이와 같은 협의 과정을 거쳐 2012년 크레타 중앙위원회에서 채택된 공식문서이다.


2. 문서의 내용(요약)


1) 서언이 문서는 경제의 불평등은 점점 심화되고, 세계적 금융위기, 사회경제적 위기, 생태위기, 기후위기 등이 중첩되면서 인간과 생태는 심각한 위험상태로 들어가고 있다고 있음을 말한다. 또한 이기주의, 민감하지 못한 외면, 이 모든 위기의 뿌리에 자리잡고 있는 탐욕의 죄악을 우리가 차단하지 않으면 지구 종말에 이르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서는 교회에 행동하도록 촉구 하면서, '생명의 경제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금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기반에 하나님의 정의가 자리하고 있다'며 희망을 갖자고 권유한다.


2) 생명의 신학적 · 영적 확언문서는 생명을 살리는 일과 관련해서 일곱 가지 명제들을 제시한다. 먼저 우리의 성경적 신앙의 중심에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넓은 생명 망의 일부분으로 창조하셨고,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다고 선언하셨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서 받은 생명을 다시 땅에게 주고, 하나님집의 풍성함과 다양함을 지속시키는 것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생명 공동체의 모습이다. 하나님의 집의 경제는 모두를 위해 풍성한 생명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물에서 시작한다. 문서는 이와 같은 성서의 생명 이해가 세계 여러 지역 원주민들의 생명에 대한 지혜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다.


문서는 "좋은 삶"이 상호성, 서로 나누는 동반자 정신, 호혜성, 정의 사랑의 친절 등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성에서 나오는 것이어야지, 소유를 위해 경쟁한다든가, 재산을 축적한다든가, 우리 자신만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나 아성을 구축한다든가, 우리의 힘을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곧바로 피조물의 탄식과 가난한 민중의 외침에 귀를 기울일것을 촉구한다. 오늘의 생태학적 위기와사회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위기는 풍요로운 생명을 보장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비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서는 이러한 사태가 인간의 욕망을 하나님이 창조한 우주의 핵심으로 보는 자기기만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 "우리의 탐욕과 자기중심적 사고는 인간과 지구를 모두 위험하게 한다"고 진단한다.


문서는 우리에게 죽음을 야기하는 일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생명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헌신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변혁의 핵심은 탐욕과 이기주의의 죄로부터 떠나 이웃과 온 피조물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하나님의 생명 선교의 동반자로 새로운 생명의 길을 걷는 것이다. 오직 그럴 때에만 정의를 실천하고 생명을 촉진할 수 있다.


정의를 향한 우리의 비전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예수는 주변부로 내 몰리고 제외된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화 했다. 그것은 그들이 자비로부터 제외되었을 뿐아니라그들의비참한삶이구조악을 그대로 증거하기 때문이다. 정의의 실천이 무엇인가를 가장 명료하게 가르쳐 주는것은"너희들 가운데 가장 작은 사람들을 위해 한 일이 곧 나를 위해 한 일이다."(마25:40)는 말씀이다. 문서는 이와 같은 정의를 실천하는 영성을 "변혁적 영성"(transformative spirituality)이라고 지칭한다.


3) 중첩되고 긴박한 위기 문서는 세계금융위기, 사회경제적 위기, 기후위기, 생태위기가 서로 치명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인식한다. 이러한 위기들은 상호 의존관계를 맺고 있고 서로를 강화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따로 떼어놓고 다룰 수 없다. 엄청난 시장 자유화, 탈규제화, 상품과 서비스업의 고삐 풀린 민영화들이 전 생태계를 착취하며, 사회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해체하고, 경제의 국경을 열어 끝없는 생산을 추구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호 연관되어 있는 위기들의 뿌리에는 "탐욕과 불의, 불로소득의 추구, 불의한 기득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목적을 희생시키며 얻는 단기수익의 혜택"이 도사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로지르고 있는 패러다임이 "시장 근본주의"이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유형을 넘어선 어떤 것으로 사회적 도덕적 철학의 문제"이다. "이 이념은 모든 삶의 측면에 침투하여 가족의 삶이나 지역공동체의 삶 속으로 확산되어 외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내적인 면을 파괴하면서 자연환경과 전통적인 삶의 형태와 문화를 황폐화시키고 지구의 미래를 망쳐놓는다. 이런 방식으로 생명과 그들의 평화적 공존의 조건 양쪽 모두에 종말을 고하도록 위협한다."


4) 정의의 원천들문서는 이러한 위기의 상황 속에서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그러한 신념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만물을 위한 생명의 약속에서 비롯되는 희망에 근거한다.
이러한 신념과 희망을 갖고서 세계 곳곳의 교회들은 세계화에 대한 서로 다른 경험들을 나누며 공동의 책임이면서도 또 각각의 책임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연대감을 높이고 전략적 동맹을 맺으며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탐욕지표를 설정하고 대 탐욕 투쟁에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 불교인들이나 무슬림들과 국제적 대화를 나눈다. 시민사회와 함께 일하는 교회들은 생명농업을 촉진하고 연대경제를 이룩하면서 새로운 국제 금융, 경제 기구의 기준에 대해 토론하는 일에 참여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경제를 사회와, 사회를 경제와 깊이 관련시키는 여성경제와 더불어 가부장적 지배제도에 도전하는 여성신학을 발전시켜 왔다. 청년들은 검소한 생활과 대안적 삶의 양식을 위한 캠페인의 선두에 서 있다. 토착 원주민들은 사회적 부채와 생태학적 부채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땅의 권리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움직임들에서 정의의 샘물이 솟구친다.


5) 헌신과 행동의 촉구문서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전제하고 우리가 "정의와 지속가능성의 영성을 증언하는 데 필요한 도덕적 용기"를 갖고서 "만물을 위한 생명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예언자적 운동"을 전개할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변혁의 과정은 인간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하나님의 피조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확실하게 하는 과정이다.


문서는 이번에 부산에서 열리는 제10차 총회에서 모두를 위한 생명경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며 에큐메니칼 협력을 강화하며 더 큰 응집을 위해 교회를 불러모으는 일에 WCC가 역할을 하기를 촉구한다. 문서는 특히 신 국제 금융경제기구(정의로운 금융과 생명을 위한 경제에 관한 WCC성명서) 창설과 부의 축적과 조직적 탐욕에 대해 도전하고(탐욕선 연구회 보고서), 생태채무를 교정하고 생태정의를 발전시키는(생태정의와 생태채무에 관한 WCC성명서) 일들이 진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문서는 제10차 부산총회가 지금부터 차기 총회까지의 기간을 따로 정하여 교회가 "<모두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창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의 삶을 사는 - 생명경제"(Economy of Life - Living for God's Justice in Creation)에 신앙적 헌신을 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을 요청한다. 끝으로 문서는 "정의로운 금융과 생명경제"에 대한 성명서는 정직, 사회정의, 인간의 존엄성, 상호책임, 생태의 지속성 등과 같은 공동 가치의 구조 속에 기초를 둔 윤리적이고 정의롭고 민주적인 국제 금융 기구의 창립을 요청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곳에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생명을 위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3. 문서의 성찰


이 문서는 PWE 논의의 성과들을 수렴하면서 사회경제적 위기와 생태학적 위기의 상호 연관성을 다른 어떤 에큐메니칼 문서들보다 더 명료하게 부각시키고자 했다. 또한 문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사람들 사이의 관계, 사람들과 피조물 전체의 관계를 생명의 연결망으로 보는 통찰로 에큐메니칼 생명신학이 도달한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모두의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 행동촉구의 부름 문서는 누구를 위한 문서인가? 교회 목회자들? 신학자들? 아니면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 대상을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문서의 성격이 달라지고 내용의 구체성에 차이가 난다. 너무 큰 범위를 대상으로 할 경우 전해지는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 되고, 모호하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좀 더 구체적인 대상을 정하고 그들을 향해 말하고 행동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문서해설에서 강원돈 교수(한신대 사회윤리)는 "문서는 가난과 부와 생태계 위기가 어떻게 서로 맞물려 있는가에 대한 분석은 피상적이다. 인간의 탐욕의 경제가 사회복지를 해체시키고 생태계 위기를 가져온다는 인식은 문제의 정곡을 찌른 것이지만, 이러한 명제는 서술적인 수준에서 제시되고 있을 뿐, 역사적 · 분석적 설명의 수준에 이르고 있지는 못하다. 만일 경제계와 생태계의 관계를 에너지-물질 대사의 맥락에서 파악하고, 경제계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물질의 형태변화 과정과 소비 과정이 자본의 축적 과정을 매개로 해서 팽창적 성향을 갖게 된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가난의 확산과 부의 축적과 생태계 파국이 어떻게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가를 명석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가난을 불러내는 바로 그것이 생태계 파국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할 수 있게 되고, 사회적 가난과 생태계 위기를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시키는 바로 그 장본인이 자본의 축적과 팽창 매커니즘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한다.